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. 그런 흥분된 분위기에 염석룡은 천천히 누워 있는 초일을 싸늘히 바라보았다.

“그럼 죽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늘어난 것이로군.””그만두세요!”염석룡이 그

렇게 중얼거리며 한 발 앞으로 나가자 천여랑이 앞길을 막으며 외쳤다.”비켜라

저자는 죽어 마땅한 인물이다. 그런데 네가 왜 앞길을 막는 것이냐? 어릴 때부터

네가 인정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다. 그렇지만 지금은 그런 감정을 접을 때이다

비키거라!”염석룡의 싸늘한 호통에 천여랑은 고개를 숙였다. 그러자 염석룡은 천

여랑이 알아들었다고 생각했는지 한 발 앞으로 나섰다.천여랑의 몸이 가늘게 떨

리기 시작했다. 더 이상 숨기면 안 된다고 생각한 천여랑은 입술을 피가 나도록

깨물며 사실을 말했다. 이 말로 어떤 일이 일어난다 하여도 받아줄 용기가 생겼

.초일은 자신을 위해 죽음보다 더 큰 아픔을 겪고 있는데 자신은 그저 사람들의 시

선이 두려워 떨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. 어리석게 느껴졌다. 천여랑은 천천히 입

을 열었다.”그는…….””하하하, 염 궁주께서 지금 그를 죽이는 것보다 사로잡아 가심

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. 천 소저도 그것을 원할 것입니다.””묘용 공자…….”염석룡

은 천여랑의 말에 집중하다 옆에서 들리는 말소리에 고개를 돌렸다. 묘용휘가 천여

랑에게 다가가며 이야기를 했던 것이다. 천여랑은 묘용휘가 나타나 자신을 도우려

하자 마음으로 고맙게 생각했다. 일단 잡기만 한다면 죽음은 면하기 때문이다.초일

은 자신의 오른 어깨를 바라보았다. 흉물스럽게 변한 검은 구멍으로 피가 조금씩

흐르고 있었다. 아무리 지혈을 한다 해도 피가 멈추지 않은 것이다.거기다 검을 잡

을 힘조차 없었다. 부러진 검은 일 장 정도 떨어져 있었다. 잠시의 시간이지만 천

여랑의 도움으로 약간의 진기가 몸을 맴돌았다.초일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. 그

러자 염석룡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에 놀람이 스쳤다. 그런 몸으로도 일

어난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기 때문이다. 사람들은 초일의 인내와 끈기에 감탄했다.

초일이 익힌 무위지법은 호흡뿐만이 아니라 전신으로 주위의 기를 받아내는 것이

기에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약간의 진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.천여랑은 고개

를 돌리다 놀란 얼굴로 초일을 바라보았다. 혈인으로 변해버린 초일이지만 천여

랑에게는 누구보다 당당하고 멋있게 보였다. 누가 뭐라고 해도 그는 천여랑 자신

의 단 한 사람이었