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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. 검을 잡는 순간, 자신은 죽어 있었다. 그렇게 생각하며 지

내던 시간이 어느 순간부터 변해 가고 있었다.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렇게 여리게

변한 자신을 알고 초일은 예전의 자신을 생각했다.자신의 검은 살(殺)이다. 오직 죽

이기 위해 검을 배웠고 검을 익혔다. 오랜만에 그의 눈빛이 싸늘하게 빛났다.”죽여

라.”조용하고 스산한 목소리가 주위를 울렸다. 마치 어둠과 같은, 무겁고 깨지지 않

차가운 목소리였다. 초일은 그 목소리가 스승의 목소리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. 잔인

하면서 결코 죽지 않는 사람, 초일은 자신이 아직 스승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

는 것을 알았다.갑자기 목소리의 주인공이 궁금했다. 그리고 그 목소리가 끝나는 순간

, 사방에서 수십 개의 검은 그림자가 소리도 없이 솟아올랐다. 어디서 그렇게 많은 사

람이 숨어 있었는지 궁금할 정도로 많은 인영들이었다.순식간에 공간을 좁히며 좁은

공터가 검은 그림자로 둘러싸였다. 초일은 정면을 바라보며 검의 손잡이를 돌렸다. 그

러자 하얀 색의 청강검이 빛을 발하며 초일의 몸이 그림자를 남기고 늘어났다.초일의

그림자가 지나갈 때마다 빛이 쏘아지며 앞을 막고 있는 상대를 지나쳤다. 그리고 마지

막 가장 뒤에 있던 흑살대원의 심장에 검이 박히며 피로 덮인 검날이 등 뒤를 빠져나와

섬뜩한 음향을 만들었다.모두의 눈은 정지했다. 그리고 초일이 지나간 자리의 흑의 인

영들이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. 초일의 눈에는 공포와 죽음의 절망에 빠져 있는 상대의

눈이 보였다. 복잡하면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의 눈동자가 심장을 진동시켰다.흑살대

원들은 움직임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. 분명히 자신들의 앞에 있던 초

일이 어느새 뒤에 있는 것이다. 아무리 냉정한 수업을 받았다는 그들이라도 주춤거릴

수밖에 없었다.그리고 그들이 초일을 바라볼 때, 초일이 검을 빼자 ‘쿵!’ 소리와 함께 시

체가 땅에 쓰러졌다. 하지만 초일의 빠른 보법과 쾌검, 잔인한 손속에 대한 그들의 두려

움도 뒤에서 들리는 한 마디에 사라졌다.”죽여라!”예의 같은 음색의 목소리가 흐르자 흑

의인들이 아까보다 더욱 빠르게 움직였다. 사방을 울리는 검의 날카로운 소리와 휘날리

는 검기는 초일의 시선을 막았다. 그들의흑살대주는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상대해

왔지만 기운이 초일처럼 갑작스럽게 변하는 인물은 헌원광 이후 처음이었다.대체로 저

런 인물은 살아오면서 수많은 살인을 해온 사람이다. 그리고 그런