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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말해!!”이정한은 초일의 얼굴을 바라보다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.”내가 하는 말에 대답이\
라도 했으면 해.””대답……?””그래 대답! 물어보는 말에 그냥 말도 없이 고개만 흔드는 모습은 별
로 좋다고 생각하지 않아. 그냥…, 그냥 대답이라도 해주었으면 해.”이정한은 고개를 숙이고 가만
히 말을 했다. 이정한은 자신이 이런 이야기를 왜 초일에게 하는지 알지 못했다. 그냥 분위기가
그렇고 상황이 묘해서 자신의 마음이 조금 흔들리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. 그저 분위기 탓이라고
이정한은 생각했다.”그래, 그러지.”초일은 이정한이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전혀 생각하지 않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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았다. 그저 그녀의 말에 아무 생각 없이 대답만 할 뿐이다. 초일의 그런 무감각한 대답에 이정한
은 한숨을 내쉬었다. 이미 길게 말하는 것을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별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으
나 짤막한 초일의 대답이 아쉬웠다. 자신도 모르게 그런 생각과 마음이 들었다.전서를 손에 쥔 시
원일(時元日)은 자리에서 일어났다. 드디어 본대의 출발을 알리는 전서가 날아온 것이다. 신교의
장로라는 신분으로 악중패와 더불어 혈류방을 일으킨 인물이다. 단지 노구서라는 친우의 죽음이
억울해 그것을 따지고 그 원한을 풀기 위해 가담한 것이다. 그리고 이십 년 전 무림맹에 달려가
노미림의 어머니를 구한 인물이기도 했다.그는 자신의 검게 변한 손을 소매에 감추며 밤바람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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맞았다. 그의 검게 변한 두 손, 이십 년 전 무림맹을 뒤집으며 활약한 손이기도 하다. 그래서 강호
무림인들에게 천마조(天魔爪)라는 무서운 별호를 얻었다. 이제 중년의 나이를 넘어서는 그의 두
눈이 차갑게 타올랐다.”모두 출발한다.”그의 사자후가 노고산을 울리자 수많은 인영들이 노고산
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.공택은 급한 걸음으로 초가의 집에 들어왔다. 그가 들어오자 악중패와 문
호량이 자리에 앉으며 노미림이 나왔다. 노미림은 어느새 역용술을 풀어 홍의에 면사를 쓰고
있었다.”태상방주님을 뵙습니다.””수고가 많으시군요, 준비는 다 되었나요?””예, 그렇습니다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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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그럼, 출발하기로 하죠.”공택의 말에 노미림의 아름다운 눈은 반짝거리며 영롱한 빛을 발했
다.”그렇지만, 태상방주님 문제가 생겼습니다.””무엇이 말인가요?”공택은 침중한 안색으로 말
을 이었다.”무림맹에서 남궁가의 가솔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.””그건 알고 있는 사실 아닌가
요? 그래서 그들의 동태를 파악하라고 전했구요.””그렇습니다. 그런데 문제는 두 명의 인물을
중간에 만났습니다.””누군가요?”노미림은 정말 궁금했다. 도대체 누구이길래 공택이 저렇게
신경을 쓰는지 궁금했던 것이다.”다름이 아니라 당비가 같이 오고 있습니다.”